우리의 상식으로 무거운 것은 물에 뜰 수 없습니다. 그런데 빙산과 얼음 조각들은 엄청나게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물 위에 둥둥 떠 있는데요. 왜 빙산과 얼음조각은 물 위에 뜰 수 있는 걸까요? 보통 고체가 액체보다 무거운데 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고체가 액체보다 무거워 물 위에 뜰 수 없지만 물은 예외입니다. 빙산과 얼음조각이 어떻게 물에 뜨는지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해답에는 삶과 죽음이 걸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얼음이 물에 뜨지 않는다면, 여기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얼음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먼 옛날 추워진 날씨에 호수와 연못, 강에 얼음이 얼었다면 즉시 바닥으로 가라앉았을 것입니다. 위에 있는 물이 단열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봄이 돌아와도 얼음은 미처 다 녹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해 겨울에 다시 얼음이 가라앉고 해마다 이것이 반복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얼마 되지 않아 적도 근처를 제외한 지구상의 물은 모두 바닥으로부터 꼭대기까지 얼어붙었을 것입니다. 이 말은 바다에서 생명이 태어날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얼음이 물에 뜨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 아무도 이 일이 특수한 현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물 이외의 액체들은 대부분 얼면 밀도가 높아져서 부피가 같을 경우 더 무거워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분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액체 상태와는 달리 고체 안의 분자들은 좀 더 빽빽하고 단단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고체는 액체보다 무겁기 때문에 가라앉습니다. 여기에 관한 실험은 파라핀 왁스를 통해 간단하게 해볼 수 있습니다. 파라핀 왁스는 실온에서도 고체가 되는 액체입니다. 양초를 만드는 것이 바로 파라핀 왁스인데, 초가 녹아서 나오는 촛농이 실온에서도 굳어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죠?
이 파라핀 왁스를 녹인 후 고체 왁스를 넣어보면 어떻게 될까요? 고체 왁스는 가라앉을 것입니다. 금속, 기름, 알코올 등에 있어서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물 한 컵에 얼음 한 조각을 넣어보세요. 얼음 조각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물 위에 뜰 것입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물 분자들이 얼음 조각 안에서 서로 연결된 방법이 매우 특이하기 때문입니다. 물 분자들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의 원자로 연결된 수소결합이라는 다리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뉴욕에 브루클린 브릿지라는 다리가 있는데, 브루클린에 사는 사람들은 이 다리가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연결한다고 하겠지만 맨해튼 사람들은 브루클린을 맨해튼으로부터 떼어놓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이들의 주장은 모두 옳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소결합이 얼음 속의 물 분자에 대해 하는 일입니다. 수소결합이 물 분자들을 연결하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이들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시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다른 고체의 분자들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반면, 물 분자들은 상대적으로 엉성한 결정을 만듭니다. 얼음 속에서 물 분자들의 간격은 물속에서의 간격보다 커서 같은 무게에서 부피를 더 차지하는 것입니다. 무게가 같을 경우 얼음은 물보다 9% 큰 공간을 차지합니다.
냉동실의 얼음틀에 들어있는 얼음을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꼭대기가 볼록 튀어나와 있을 것입니다. 얼음은 부피가 크기 때문에 얼면서 팽창해야 하는데 얼음틀로 사방이 막혀있기 때문에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꽉 막힌 그릇에다 물을 얼리면 그릇이 아무리 튼튼해도 얼음은 그릇을 깨버립니다. 그래서 파이프나 자동차 엔진 속에 있는 물이 얼면 금이 가는 것입니다.
앞에서 얼음 속의 물 분자 사이에 다리가 있다고 했는데 이 다리는 얼기 시작하자마자 한꺼번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실온에서 시작해서 온도를 점차 낮추어가면 분자의 운동 속도가 느려져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모든 액체와 마찬가지로 밀도가 높아집니다. 대부분의 액체는 얼 때까지 계속 밀도가 높아지고, 얼어서 고체가 되면 밀도가 가장 커집니다. 그러나 물은 예외입니다. 물은 어느 정도까지만 밀도가 커집니다. 4℃, 정확히는 3.98℃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커지다가 이 지점을 지나면 온도가 떨어짐에 따라 밀도가 오히려 줄어듭니다. 그러다가 0℃에 도달하면 물 전체에 다리가 생기고 밀도는 가장 낮은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온도에 상관없이 얼음은 물에 뜨는 것입니다.
물의 밀도가 4℃에서 가장 크다는 사실은 생명체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날이 추워져서 호수 표면의 온도가 떨어지면 위쪽의 물은 밀도가 높아져 가라앉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물이 이 자리를 채우고 그 물도 차가워져 가라앉습니다. 이 과정은 호수 전체의 물이 최대 밀도인 4℃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됩니다. 그때 가서야 표면의 물 온도가 4℃ 이하로 떨어져 결국 얼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물 표면이 얼기 시작했다는 것은 호수의 물 전체가 이미 4℃에 도달했다는 뜻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날이 아무리 추워져도 온도가 4℃ 이하인 물은 4℃인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쪽에 있는 물고기는 얼어 죽을 염려가 없습니다. 물의 이 특이한 성질들 때문에 지구상에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물의 층이 질서 있게 형성되는 것으로 설명했는데 현실의 담수호에서는 온도 변화, 바람, 물의 흐름 등을 위시한 여러 가지 이유로 물이 섞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론대로만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위에서 말한 원칙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바닷물에는 여러 가지 염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4℃에서 밀도가 가장 높지 않습니다. 온도가 떨어짐에 따라 바닷물은 계속 밀도가 높아져 빙점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가라앉습니다. 바다 표면에 얼음이 생기려면 우선 물 전체의 온도가 빙점 이하로 내려가야 합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양극 지방의 긴 겨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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